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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이나 모임에서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화두는 “우리 인생의 목표가 9988234의 삶이 아니라 언제 죽어도 좋으니, 나이가 들어 치매 환자가 되어 가족이나 사랑하는 아내를 몰라보는 버림받는 천덕꾸러기 노인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나” 하면서 걱정의 걱정을 더 한다. 그렇다. 지금 100세 시대를 향하고 있지만 노인들에게 불안하게 하는 질병은 어떤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로 급하게 찾아오는 질환보다 어느 날부터 서서히 밀려오는 기억력 감퇴로 친한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를 않고, 물건 둔 곳을 잊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도 내릴 곳을 수차례 넘어가기도 하는 증세가 오면 나의 삶도 이제는 종착역이 오는구나 하는 조급함에 혹시나 치매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일에 자신을 잃고 우울한 날을 보내기도 한다.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도 치료 약도 없다. 과학이 이렇게 발달해도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뇌하는 노인질환의 중심에 있는 치매에 대한 이해도가 약하고 사회적 배려가 없어 당장에 내 부모에게 이런 증상이 시급하게 다가오면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를 할 것인지를 잘 모른다. 모두가 남의 일 같이 느끼고 있겠지만,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68만 명의 치매 환자가, 2024년 초고령사회가 시작되는 해부터는 100만 명으로, 나아가 2050년이면 271만 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2060년 노인 인구가 40%를 넘는 시점에는 300만 명이 된다는 통계이다.
치매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2015년 전체 치매 환자 65만 명 가운데 46만 명(71.5%)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이다. 뇌출혈 등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16.8%, 알코올성 치매와 파킨슨병에 의한 치매 등이 11.8%이다. 이중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폐경 이후 뇌세포를 보호하는 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소한 원인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치매증상의 환자들은 우울감, 신경질이 늘거나 의처·의부증 등으로 폭력성이 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족 간의 비극은 시작되고 부부는 자식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까지 생겨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치매 자체는 치료가 안 되지만 망상, 폭력 등 증상은 사전 상담치료로 완화는 가능하다. 지금 사회적 문제가 되는 부부간 살인은 그토록 정성으로 장기간 돌보았지만,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고 “너는 누구냐” 하는 배신감에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차라리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순간적 심리적 혼돈으로 비극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고령의 배우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게 되면 처음에는 부인부터 하면서 우리 부부에게 왜 치매가 오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러다가 자기희생에 따른 피곤함과 낭패감, 박탈감, 외로움에 감정이 변하고 이어서 분노로 바뀌어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돌보지 않는 가족들은 알 수가 없다. 또한, 환자는 폭언을 하고 남편을 이웃집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을 하면서 남편을 못 살게 하는 부정망상(不貞妄想)의 증세가 심해지면서 과격한 행동에 치료가 불가능 한 지경에 이른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비극적 사태를 막기 위해 전문 가족 프로그램의 확대와 치매전문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의 활성화를 비롯한 상담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수반하여 현장에서 일하는 50만 요양보호사의 치매 돌봄 자질 향상 교육과 이들의 처우 개선도 함께 검토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가장 힘든 것은 가족들의 병원비 문제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