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일제 암흑기 민족의 시인으로 유명한 윤동주 씨가 남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이란 글은 그 당시 일본의 압정에서 눈을 뜨지 못하는 우리 민족에게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부활의 노래로 사랑을 지금도 받고 있다. 그 아무도 대국의 서슬이 퍼런 감시 속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글을 뺏긴 민족이었지만 이런 아름다운 시로서 민족의 울분을 토하고 당시 우리 국민에게 죽었던 정신을 일깨우는 진정한 지도자요 선각자이면서 민족 운동가였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는지? 내 삶의 날들이 아름다웠는지? 나는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는지?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았는지?”를 자문하면서 울분에 찬 민족의 자각을 토하고 그는 38세 젊은 나이로 죽어 갔습니다. 그분이 가신지 72년, 지금 영화도 나오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음은 참으로 다행한 사실로 그분이 생각하는 가을은 분명히 일본은 언젠가 망하고 대한민국의 해방이 될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언제가 가을이 옵니다. 인생의 가을은 필연적으로 찾아와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찾아와 알을 놓고 죽어 가듯이 우리 인생도 흙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요즈음 100세 시대로 가는 나이지만 평균연령은 80세에서 끝이 납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 보아도 인간의 운명은 언제 마칠는지, 어디서 죽을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인생입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오직 하나님만이 아는 것으로 우리 인간은 나약한 존재입니다.
요즈음 웰다잉(Well-Dying) 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여생을 잘 마무리하고 죽을 준비를 하는 공부입니다. 사전 의료 의향서 작성, 유산과 상속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며, 호스피스 대상자의 간호 상담, 장기기증의 사례, 장례식 절차에서 자연장, 수목장이 어떤가를 배우며 미리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 필자도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죽음준비학교를 30명을 대상으로 15주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계절의 변화에 따른 기온의 차로 인해 시설에 계시는 분들의 사망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노인들에게 감기가 오고 폐렴 증세가 비치며 기력이 쇠하여 일어서지를 못합니다. 어쩔 수 없는 몸의 쇠약은 피할 수 없는 노인의 쇠퇴기에 찾아오는 증세로 우리는 자신의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어느 날 병원에서 중병의 진단을 받고 “나는 아니야”를 외쳐 본들 이미 병마는 내 몸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자주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자기 건강을 자기가 챙겨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나쁜 습관이 있어 제발 고집스러운 자존감은 버려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는 지는 해입니다.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는 추풍령을 지나서 대전도 지났습니다. 50대라면 혹 대전에서 전라도로 가볼 의향으로 내려 보겠지만 지금은 이미 천안역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머지않아 수원을 지나면 종착역인 서울역에 도착합니다. 이 사실도 모르고 아직도 돈에 집착하고 명예에 집착하고 권력에 눈을 맞추는 분도 많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가슴 아픕니다. 근간에 60대 70대 지도자 두 분이 말씨름하는 추한 작태를 보면서 ‘저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구나’ 하고 한심하게 느껴 봅니다.
이제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서울역에 내릴 준비를 하기 위해 나에게 가진 무거운 모든 것을 내려놓읍시다. 위선의 가증스러운 자신을 벗어 버리고 정말 진실 된 자아를 얼마만큼이나 찾아봅시다. 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를 찾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져봅시다. 이것이 당신의 인격이요, 당신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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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11-30 23:4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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