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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고려장(高麗葬)은 내일의 현실이 되고 있다

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지금 100세가 넘는 노인의 수가 일본은 7만 명, 우리나라는 3천8백 명이고, 2028년에 우리나라도 1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를 보고, 정말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데, 모두가 ‘제발 치매는 안 와야 하는데…’하며,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죽어야 하는 바람을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복지관에 모인 노인들은 9988234를 외치며, 제발 살아있는 날 동안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아프다가 죽는 축복을 소원하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지금 초고령사회로 65세 이상 노인이 3,557만 명으로 전 국민의 28.1%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23.3%, 포르투갈 21.9%, 독일 21.7%, 핀란드 21.6% 등 높은 국가 중에서 1위로 심각한 고령화로 모든 국가복지 정책이 노인에 맞추어 지고 있어, 최근에는 노인들의 케어를 위해 베트남 여성 4만 명을 고용한다는 처방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하는 고령자가 주목을 받고 있어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고용 가능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최근에는 공적연금 수급을 70세 이후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 수정을 3년 안에 단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노인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노인이 사회적 짐이 되고 있어, 이들 중 가족과 결별하여 홀로 사는 노인들이 고독사(孤獨死)로 인생의 마지막을 쓸쓸히 생을 마감하니, 그 수가 1년에 3만 2천 명이나 되어, 이들을 뒷마무리하는 ‘넥스트’ 회사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안고 사는 일본에서 근간에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 화제이다. 
오래 살아도 되고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이 책은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가 쓴 소설로 결론적인 말로는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놀랍고 충격적인 말을 남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부터 전해오는 고려장(高麗葬)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은, 오늘의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고령사회의 비극적인 사회문제의 연장선에서, 생산인구 저하로 국가 자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IT와 AI 산업의 발전으로 젊은이들의 취업이 막혀, 이런 사회적 악순환의 고리를 일거에 끊기 위한 대체요법으로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참으로 기발한 소설의 논리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많은 공감을 가지게 한다.
 
이 소설에서 이 사망법안이 우리 사회에 의사(意思)를 물어 온다면, 누군가는 불안한 미래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반가운 소식으로,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을 무시하는 처사로 분노한다. “나라가 요 모양 요 꼴이 된 게 왜 우리 탓이야, 난 죽기 싫어”하면서 땅을 치고 억울해하시는 노인분에서, “어휴 위에 사람이 빠져야 우리도 일자리가 생기니까, 난 완전 찬성이다”라고 환호하는 젊은이도 있을 것이다 하면서 저자는 비약적인 논리로 전개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갈등의 실제 요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참으로 비극적인 100세 시대를 잘 묘사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요, 적당할 때 가는 것이 행복한 마무리다. 노인의료비가 비급여부문의 의료비 확대로 전체 건강보험료의 40%를 넘어서고, 연금조정에서 젊은 층과의 갈등이 상존한다. 내년부터는 독거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올라가니, 그 돈은 모두 젊은이들의 세금이 아닌가?
 
요즈음 요양원에 생활하는 부모들을 가족이 찾아오는 횟수가 대폭 줄었다. 그저 한 달 비용만 내어주는 것으로 자식들은 임무를 다했다고 느낀다. 반면에 자식들은 부모의 병원비를 언제까지 내어야 하는지 낙담하는 가족들을 본다. 모두가 ‘70세 사망법안’에 가결 도장을 찍고 싶은 심정이 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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