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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존엄한 죽음으로 가고 있나요?

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아침에 배달된 신문 첫 장 ‘10년 새 3배로, 호모 헌드레드 시대(Homo Hundred, 100세 인간)’ 순간적으로 놀랐고, 이렇게 머리기사로 노인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지 노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사회인구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관심에 고맙기도 하지만, 왜 어려운 외국어 ‘호모 헌드레드’라 했을까? 새로운 신용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되었지만 어쩐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실은 지금 우리 사회는 100세 시대를 급격히 달려간다. 국내 거주 100명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기준 4,793명이나 되며, 10년 뒤 2028년에 1만 명을 돌파하고 2058년에는 무려 10만 명이 100세 시대로 살아갈 전망이다. 문제는 노인의 수명이 연장되어 인간의 소원이 달성되어 기뻐하기 전에 노인에게 찾아오는 질병은, 우리 모두를 우환에 빠지게 하고 가족의 부담으로 찾아와 지금도 많은 노인들은 병상에서 삶보다는 차라리 빨리 죽기를 원하고 있다.
 
코에 호스를 끼고 인공호흡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다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노인이 연간 5만 명이나 되는 지금의 현실에서, 존엄한 죽음을 지켜 드리기 위함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에, 보건복지부는 금년 2월부터 연명의료 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을 시행하여 환자나 가족의 희망에 따라 연명치료 선택과 결정을 합법화한 것이다. 대상은 심폐 소생술, 인공호흡기 부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로 국한하였다. 그 결과 8개월 만에 2만 명이 연명치료 중단을 거부하여 “인간답게 살다가 가겠다”는 임종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시행절차는 5명의 병원 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구성된 병원은 전국병원에서 164곳뿐이다. 심지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81곳 중 151곳에는 4만 명이 입원해 있어도 윤리위원회가 없고, 노인이 많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 1,526곳에서도 겨우 22곳에서만 설치되어 있다. 이런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존엄사로 가는 길은 먼저 건강할 적에 건강보험공단이나 민간 전문단체에서 시행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해 두어야 한다. 자신이 병에 걸려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을 하는 서류이다. 또한 한 가지는 환자 본인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이뤄지는 ‘연명의료계획서’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사망이 임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러나 의식이 있을 때는 가능하지만 의식이 불명해지면 가족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간병하는 가족에게 생전에 존엄한 죽음을 밝혀 왔다면 가족 2명의 동의로 가능하지만, 그러하지 아니하면 미혼을 제외한 직계가족(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까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빠른 시간 안에 보건복지부가 가족의 범위를 1촌 직계 내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4-5장 되는 작성 양식도 많아 외국처럼 한 장으로 간편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절차를 밟아도 임종 환자를 받아 줄 호스피스 병원이 많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2017년 기준 전국 81개 기관에 1,321개 병상에 불과하다. 전체 말기 암 환자의 10% 정도만 이용할 수 있어 존엄사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외국에는 30% 이상이 존엄한 죽음을 위한 병상이 준비되어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면 대부분 2-3개월 내에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이 기간에 집에서 모시기는 정말 힘들다. 의료보험 혜택이 되는 좋은 시설에서 임종을 맞아야 한다. 
 
10월 13일 ‘세계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날’을 맞아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의식조사에 의하면 “남은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고 죽기를 원하고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임종 환자의 종합된 소망이다. 마지막 가는 길이 존엄한 죽음으로 부모의 좋은 인상을 가족에게 남겨야 하지만 그리 쉽지가 않다. 말기 환자의 품위 있는 죽음도 국가의 책임임을 알고 앞으로의 정책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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