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또 한 해가 저문다. 무술년 2018년도 마지막 캘린더 한 장을 남기고 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느니, 화살과 같다느니, 하는 옛사람들의 말이 틀림이 아니라 사실로 다가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이다. 태백산에서 내려오는 단풍이 오는가 싶더니, 첫눈이 내리고 한겨울 차가운 기온이 우리의 옷깃을 여미고 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좋은 나라로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돌아가면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이 있어 축복받은 민족이다.
그중에 12월 마지막 달의 겨울이 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의 남은 세월을 계수하여 보니, 살아온 세월에서 막차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누구나가 70대가 되면 당연히 느끼는 심정으로 ‘남은 날을 어떻게 아름다운 삶으로 살아갈까?’ 하는 초조감을 가지게 한다. 우리 주위에 80 고개도 넘지 않았는데 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보면, 100세 시대가 아니라 성경(聖經) 시편에서 모세가 하는 말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100세 시대를 간다고 다들 좋은 세상이라 하지만, 실상은 70을 넘기지 못하는 삶도 있으니 9988234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주변에 질환으로 투병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들이 살아온 여정이 모두가 땀으로 이 나라를 이룬 산 증인들이다. 우리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해방 이후 어렵게 유년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시절엔 6·25사변으로 피난길 부산 판자촌에서 먹을 것을 찾아, 땀 흘린 고난과 역경의 날들이었음을 다시금 상기해 본다.
그러면 경제 대국 세계 13위에서 노인들이 일구어낸 이 나라가, 노인들이 보상을 받고 살아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러하지를 못하고 노후를 걱정하며, 중간소득의 반도 안 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살아야 하니, 70이 되어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남은 세월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며, 이후 5∼6년 앓다가 쓸쓸히 가는 죽음이라면, 이것은 아름다운 인생 여행이 아니라 한평생을 슬픔만 안고 가는 허무한 삶이 될 것이다.
이 나라 노인들이 겪는 노후의 삶이 아프고, 외롭고, 궁핍한 삼중고(三重苦)가 마지막 10년의 고통이라면, 2,500년 전 일찍이 인도의 ‘싯다르타’가 깨달은 생, 노, 병, 사(生老病死)에서 해탈의 경지를 찾은 ‘길 없는 길’을, 아직도 우리는 모르면서 앞만 쳐다보고 달려온 세월이 아니었는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만성질환 등 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힘들게 살고 있으며, 노인의 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에서 41%를 넘어가고 있다. 나 홀로 노인도 28%로 계속 늘어나고 노인사망 원인 2위가 자살로 매년 30%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황혼 이혼이 20년간 6.1%에서 30.4%로 크게 증가하여 결혼 4년 차 이혼율을 넘어서고 있어, 연금수령액의 상승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득 하위 20%는 자식 얼굴을 1년에 네 번도 못 본다는 현실에서, 자식들은 ‘부모 노후는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열 명 중 여섯 명으로, 40%는 자신의 처지를 허탈한 삶으로 여기고, 후회하면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많음이 실상이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원망도, 실망도, 후회도 이젠 하지 말고 남은 인생 여정을 어떻게 아름답게 살다가 갈 것인가? 조금도 초조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함을 알고 더 이상 남을 의식할 필요 없이, 있는 스스로 여유로움을 가지자.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보람 있는 나눔으로, 또한 재미있게 여행도 가고 옷도 사 입고 영감 티 제발 내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그래야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고, 모두가 당신을 우러러보도록 신나는 인생으로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자. 이것이 여, 보, 당, 신의 삶으로 스스로 아름다운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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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12-31 00:3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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