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무실 민원창구 중 안장지원담당자 쪽이 무척 붐빈다.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또는 마나님의 손을 잡고 팔순이 훌쩍 지나신 어르신들이 직접 찾아오신다.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하고 있는 국립묘지 안장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러 오시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참전유공자들의 안장지원에 대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수도권의 이천호국원만 해도 하루에 평균 20분의 참전유공자들께서 영면에 드신다고 한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참전유공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국립호국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수도권의 이천호국원·영남권의 영천호국원·호남권의 임실호국원·금년에 개원한 경남의 산청호국원이 운영되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는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내 손으로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음을 그분들과의 몇 마디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의 폐허와 절망의 끝자락에서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신 6·25 참전유공자, 우리는 그분들을 진정 ‘호국영웅’이라 일컫는다. 그분들이 이제 서서히 남은 인생을 정리하려 하신다. 평균 연령이 85세 전후의 고령들, 죽어서도 호국의 쉼터에서 영원히 영예롭게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고 싶으실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소대원들을 이끌고 백두산까지 진격했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할 때 민가에서 얻은 볶은 콩 몇 알로 허기를 때우고 눈 속을 헤치며 살아남아 적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켰다고…. 그때는 그 이야기의 진정성을 몰랐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도 어언 20년, 이제 그때 아버지의 전우들이었던 ‘호국영웅’들께서 한 분씩 한 분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하신다. 우리는 그분들께 진정 역사의 빚을 지고 있으니 그분들이 살아 계실 때 그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무언가를 해드려야 한다. 우리의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인 ‘호국영웅’들께 우리가 감사함을 표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대단하게 큰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 6월에는 ‘호국영웅’을 안아 드리자. 아들·딸이 안아주고 손자·손녀가 안아준다면 그분들의 마음속에 혹시나 있었던 응어리도 조금은 사라지고 하회탈 같은 웃음을 머금으며 여생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살아가실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시간이 없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이면 이 땅에 6·25 호국영웅들은 몇 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달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세월 동안 6월 한 달 만이라도 우리 주위에 계시는 ‘호국영웅’을 몸으로 마음으로 안아 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