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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벼슬이 오를수록 집을 줄여라

김 만 률 (부산노인대학협의회 공동회장)
2020년 9월 5일 자 모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국토부 등 고위공직자 36%가 다주택 보유자라고 한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 이해 충돌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끊지 않고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17년 기준으로 주택 보급률은 103.3%라고 하지만 무주택자는 44%라고 한다. 지금은 다소 변동이 있겠지만 돈이 없어 무주택자도 있고 돈이 있어도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어서 안 사는 무주택자가 있기도 하지만 부동산 투기를 끊지 않고는 무주택자들의 주택 소유는 요원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조선 시대 청백리 김정국의 일화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와 이해충돌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조선 시대 김정국 정승은 “벼슬을 살면서 재산을 늘리는 것은 허가받은 도둑의 짓이다”라고 했다. 공직자가 재산이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자기가 애써 벌어서 모은 재산이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든 벼슬 전의 재산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벼슬을 얻고 난 뒤에 재산이 많이 느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는 벼슬이 한 등급 올라가자 즉시 집을 줄였다고 한다. 그러자 부인이 “왜 집을 줄입니까? 우리가 양심껏 살면 그만이지 집을 왜 줄입니까? 찾아오는 손님도 많을 것인데” “허허, 벼슬이 오르면 봉급이 많아질 것이니 그 전보다 살기가 좀 편할 게 아니오? 게다가 집을 줄이면 관리비가 줄어드니 더 살림이 윤택해질 것이요. 손님이야 좁은 데서 맞이하면 어떻소? 좁은 데라도 정성껏 따뜻이 맞이하면 되지 않소?” 김 정승의 벼슬이 또 올랐다. 

“허허, 나같이 무능한 사람의 벼슬을 또 올려 주시다니, 그러면 집을 또 줄어야겠군” 그러면서 식구들을 타일러서 집을 또 줄였다. 벼슬이 오를수록 집이 작아지니까 사람들이 놀라서 말하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 “허허, 벼슬이 자꾸 오르니 어찌합니까? 백성들은 벼슬 사는 사람이 행여 나랏돈을 때 먹지나 않나, 권세를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지 않나, 있는 재산을 요령껏 불리지는 않나 하고 의심을 하게 마련입니다. 
벼슬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경을 받고 명예가 올라가니 재산이 좀 줄기로 뭐가 섭섭하겠습니까? 나는 재산보다 내 꿈을 펴는 것이 소중하기 때문이며, 처음부터 재물의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마음 놓고 나랏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 숙여 존경을 표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외직인 관찰사로 나가 벼슬을 살게 되자 가족에게 색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제까지는 집을 줄었지만 이제는 논밭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다. “아니, 전답을 왜 줄입니까?” “지방에서 벼슬을 살면 사람들이 논밭이 많은가에 관심을 갖는 법이다. 앞으로 백성들과 직접 접촉하게 되니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자 그 부인은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겨우 전답 두어 마지 밖에 안 남는데…” 그러자 김정국은 부인의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기를 “부인, 벼슬 사는 남편과 함께 살자면 이 고생을 하여야 하오. 설마 나라에서 우리를 굶기기야 하겠소?”라는 말에 부인도 남편의 뜻을 이해하고 내조를 잘하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김정국은 관찰사 벼슬을 그만두고 그 고장을 떠나게 되었다. 떠날 때의 재산은 두어 칸짜리 집, 두어 마지기 논밭, 책 한 시령, 옷가지 몇 벌과 살림 도구, 거문고와 끄덕끄덕 타고 다니던 나귀 한 마리였지만 국가의 공복으로 탈 없이 마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국의 친구가 이렇게 말하였다. “남보다 부자로 살지 않더라도 이렇게 유별나게 가난하게 살려고 할 것이 없지 않은가?” “글쎄, 자네 말도 맞네 마는 나는 벼슬이 좋아서 재물을 버렸다네, 하하하.” 그리고 거문고로 노래를 불렀다. 아, 이만하면 한세상 만족하여라. 태평하여라. 내가 태평하면 나라도 태평하고 나라가 태평하면 나 또한 태평하다고, 어디 청백리가 조선 시대 김정국 정승뿐이겠는가? 지금도 국민의 공복으로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 공무원들이 자기 업무에 충실하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들이 많다. 

내가 아는 많은 공무원들 중에는 맡은 업무에 충실하며 눈앞 이익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가정과 국가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공복들이 많이 있다. 내가 40년 넘어 운영하는 노인대학과 부산의 노인대학, 노인복지관 등에서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지도하는 은퇴자들의 아름다운 봉사가 존경스럽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것처럼 일부 공직자의 사적 이해 때문에 열정을 다하는 공직자들에까지 누를 끼치는 일이 없으면 참 좋겠다.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법안’이 조속한 입법을 나라와 후손들을 걱정하는 800만 노인들의 이름으로 촉구한다. 그리고 선인들의 지혜가 응축되어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고사성어(故事成語)도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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