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 률 부산노인대학협의회 공동회장

김 만 률 부산노인대학협의회 공동회장

코로나19 영향으로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며 정보와 기술로부터 소외된 노인이 뒤처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얼마 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휴게소 식당을 찾았으나 현금을 주고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던 식사 주문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자판기 메뉴화면 앞에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멀리서 줄을 선 사람들이 식사 주문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자신이 없어 빵과 우유로 점심을 때우고 말았고, 왠지 씁쓸함을 느꼈다.

지난번 자판기 식사 주문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은 나는 새로운 발달의 이기를 편리하게 이용해보겠다는 의욕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검색 등으로 자판기메뉴기에 대하여 깊이 알게 되었다. 정보단말기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카드와 현금결제로 이용하는 무인주문결제기 즉 ‘키오스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키오스크’는 고속도로 휴게소뿐만 아니라 무인편의점, 식당 등 생활 주변에 많이 설치되어 있어 빠르게 도래하는 정보전달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불편을 많이 겪고 있었다.

나는 그 휴게소를 다시 찾아 지난번에 포기했던 ‘무인주문결제기’로 한식식사 주문에 도전했다. 마침 주문대기자가 없어서 천천히 안내문대로 메뉴와 수량을 먼저 주문 후 신용카드를 넣고 결제승인 후에 영수증과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였다. 배식구 위 화면에 번호가 떠서 주문한 한식을 받으러 갔더니 2인분이 나와 있었다. 주문 시에 메뉴 선택과 수량 터치를 한 번 더 했던 것이 생각났다. ‘무인주문결제기’를 이용한 도전에 100%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다음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

스마트폰 결제, QR코드, 키오스크.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2030’에게는 쉽고 빠른 많은 것들이 우리 노인들에게는 높은 벽이다. 노인들과 다른 세대 간에는 이미 정보화 격차의 간격이 깊이 파여 버렸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는 노인들이 처한 정보 소외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 노인들 대부분은 스마트기기를 소유하고도 다양한 기능에 대한 ‘배움’을 ‘포기’하고 그저 수신과 발신, 그리고 카카오톡 활용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비대면’ 시대에 우리 노인들, 특히 고령 노인들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은 무궁무진한 정보기이며, 편리한 이기(利器)다. 한두 번으로 포기하지 마시라. 태산이 높다 하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고 했다. 자신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라.

나는 컴퓨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2003년 9월에, 빠르게 진전되는 고령화에 적응할 수 있는 노인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해 우리법인 항도노년평생대학에 부산체신청과 부산시청의 정보화담당관실의 지원을 받아 노인대학으로는 제일 먼저 컴퓨터교실을 개강하고 초급, 중급반을 설치하여 100세 시대에 노인 세대들의 컴퓨터교육을 적극 추진하였다. 또한 2009년 9월에는 swish-max반을 개강하였으며, 2012년에는 Daum 카페 ‘항도노년평생대학’을 개설하여 노인들이 정보교류와 검색으로 친교와 지식을 높이도록 도왔다. 당시 컴맹이던 노인 학생들 중에는 현재 노인교실과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강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64.3%에 그쳤다고 한다. 우리 노인들의 디지털정보 격차가 단순한 격차가 아닌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돼 ‘소외’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들의 디지털정보격차에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소외 받지 않는 노년세대들이 되도록 노인평생교육법 현실화 등 사항별 세심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제안한다. 또한 노인들은 늙음에 쉽게 포기하지 말고 무궁무진한 디지털 정보기를 활용하시라. 도전하시라. 그리고 스스로 소외와 고독을 자초(自招)하지 마시라.

• 글쓴날 : [2020-10-14 03:56:12.0]

  • 대한노인신문 기자[p577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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