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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내 자화상(自畵像)의 허상을 고발한다

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새해가 되면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자신을 돌아보고 엄숙한 마음으로 신년에 펼쳐질 희망을 안고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수첩에 기록하며 하루를 다짐해 보곤 한다. 그러다가 365일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릴 때 쯤이 되어 지나온 한 해를 점검하여 보면 거의 다 거짓되고 허망한 자신을 비웃곤 한다. 저 역시 78년 평생을 살고 있지만 어느 한 해도 자신에게 칭찬해 주는 결과가 없었고 항상 포장된 게으른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40대 초반 35년은 대기업이라는 짜여진 각본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목표 달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부림치던 세월이었고, 50대 초반 명퇴의 위기를 그래도 잘 넘겨, 지금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인생 노후를 보내고 있음에 오직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하루하루를 지나다 보니 나 자신이 너무나 위선적 가면의 탈을 쓰고 있음을 새삼 느끼면서, 비록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결단코 한 적은 없지만, 제2의 인생 20년을 가르치는 직업 속에서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선생이 되어 모두를 가르치려는 잘못을 하고 있는 자아를 발견한다.
 
일전에 나를 가장 좋아한다는 지인이 보내온 카톡에서 너무나 허망한 가짜뉴스에 짜증이 나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꾸짖는 문자를 보내면서 “좀 이성적 판단을 하고 카톡 문자를 보내세요”라 하였다. 바로 그 지인의 답이 “민초들의 뜻도 헤아려 가며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답을 보내면서 나와의 만남을 종결한다는 선언이었다. 늙어 가면서 자기의 생각을 남 생각 없이 보내는 가짜 문자 공포에 그저 지워버리면 될 것을 왜 나는 참지 못하고 내 사고로 속단하여 지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지금도 그분께 화해를 기다리고 있다.
 
신년 초 `운동이나 할까' 하고 다대포 해변을 찾았다. 가끔 가는 코스라 시원한 바닷가에서 유유히 모이를 찾는 청둥오리 무리들을 구경하면서 내 이어폰에서는 정동원 군이 트로트 경연장에서 불렀던 노래 ‘여백’이 흘러나온다.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그게 인생인 거야”라고 강하게 나를 질타하는 것 같아서 한동안 멍한 자신을 발견하고, “그렇게 여유를 가지라, 천천히 가라, 그러니 하면서 살아라”고 강의하면서 나 자신은 조금도 생각 없이 함부로 내 아집대로 툭 내뱉는 교만을 발견한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모두가 인생을 오래 살아서 라며 젊은이들에게 꼰대 같은 소리를 거침없이 한다. 때로는 아주 유식하게 남의 말을 자기 말같이 하지만 실상은 본인의 삶은 그러하지 못함을 많이 본다. 특히 오늘날 신문지상에서 말하는 유능한 지식인 또는 정치인들이 청와대에서 골라 찾아 놓으면 왜 장관 자리를 사양하고, 선임된 사람도 국회 청문회에서 난도질을 당하면서 사퇴하는 사례를 보면서 속과 겉이 다름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이기적인 동물인지를 잘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자기편에서 판단하고 말하다 보니 상대방의 처지는 생각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함부로 말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게 한다. 지금 여·야의 대립하는 정책이 바로 똑같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고 심지어 장기요양 등급판정 시 우리 엄마가 등급 받는 날이면 “우짜든지 질문하면 팔 안 올라간다 해라”고 가족들이 귀띔을 한다. 왜냐하면 등급을 받아야만 내 짐이 얕아지니까 말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9가지의 나와의 약속을 정하였다. 먼저, 매사에 신중하고 앞장서지 않는다. 둘째, 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남을 평하지 않는다. 셋째, 매일 7천 보 매주 2회는 만 2천 보 걷기 운동한다. 넷째, 매일 감사의 마음으로 생활 속에 만족한다. 다섯째,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10장의 성경 읽는다. 여섯째, 영어회화공부를 시작하여 기본대화 되도록 한다. 일곱째, 가정의 평강을 우선하고 인내하며 자족한다. 여덟째, 손자들의 신앙을 위해 매주 5분 영상설교 보낸다. 아홉째, 한국자원봉사연합회, 부산노인복지단체연합회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각오로 한 해를 약속하고 자화상으로 고백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올해에는 거짓 없이 실천해 보자고 거듭 다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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