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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노인 세대들 대화(對話)의 마술을 배우자

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중이나 동창들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가 나이 들어감에 중압감을 느끼고 몹시 초조함을 느끼는 모습을 많이 본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를 보자마자 “너 많이 늙었네”라고 인사를 건네면 십중팔구 인상이 돌아간다. 그 좋은 말은 어디 두고 왜 하필이면 상대가 싫어하는 늙었다는 말을 던져 분위기를 흐트러지는 우리의 대화 속에 좀 더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 매너(manner)를 잊었는지 안타까워할 때가 있다.
 
흰머리가 반백이 된 친구를 만나면 “이제 너의 중후한 모습을 보니 우리가 늙어 감을 실감하는구나!” 이렇게 간접 화법으로 너도 나도 다 같이 인생의 내리막길로 가고 있구나 하는 서로의 동질성을 느끼는 대화가 진정한 관계가 지속되는 지름길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좀 더 성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속에 우리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받아들이는 상대는 평생에 잊지 못하는 비수(匕首)가 되어 오랫동안 자신의 처지를 고뇌하고 자학하는 비탄의 나래를 가질 때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 나누는 대화는 인생의 고지(高地)를 살아온 자기만의 철학이 다 존재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말의 절제가 필요하다.
 
성경에도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를 본다’는 매사에 아주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고하는 좋은 말이 있는데, 대부분 나이가 들면 자기의 모습은 보지를 않고 자꾸 남의 잘못만 보며 생각 없이 험담하는 습관이 있어 자기의 품격이 자꾸만 흠집이 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의 순환이 결국 돌고 돌아 내 귀에 안착하여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가 되고, 자기가 던진 말이 아주 미미한 내용이라도 웅덩이에 장난삼아 던진 돌이 되어 애매한 개구리가 맞아 죽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각자의 개성이 있어 살아 온 경륜에 쉽게 동화하기란 그리 쉽지를 않다. 각자의 멋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지속적인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의 절제 속에서 우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 노인들 세계에서 온종일 대화를 나눌 상대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나면 우선 자기 이야기를 청산유수 같이 늘어놓는다. 어느 때는 한 이야기를 또 하는 재탕 삼탕 하는 경우도 있어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조금 자제를 위해 던지는 말에 상대는 토라져서 화를 내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때 대화를 자제시키는 요령은 이야기의 앞을 치고 가는 방법으로 예를 들어 이야기가 부산에서 대구까지 가는 내용이라면 오늘도 구포역을 지나면 “아, 아, 다음 물금역이지요” 아주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면 이야기는 그치고 “너도 알고 있었구나” 하면서 화제를 다른 이야기로 돌릴 수 있다. 
 
대화를 잘하는 요령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우선 상대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분의 나이나 몸차림이 어떠하던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의 출발에서 아름다운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치매 노인이라도 그분을 완전한 인격의 소유자로 조금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사실은 이해력이 낮고 가끔 화를 내며 돌발적인 행동으로 곤란한 처지가 있다 해도 치매 노인의 입장에선 자기를 이해 못하는 답답함에서 몸부림치는 행동으로 보아주어야 한다. 끝까지 사랑스러운 언어로 사랑의 눈빛을 주면서 대화를 이어 가야 그것이 진정한 돌봄 서비스의 자세이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의사소통은 모두가 언어에서 출발이 되고, 그보다 더 비중이 있는 것은 비언어적 대화이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55%는 몸짓, 표정, 자세, 옷차림, 눈물, 침묵 등에서 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면서 신뢰감을 가지며 대화가 이어지고, 어린아이와 엄마는 말을 안 해도 바라보는 눈빛으로 서로 대화하며 감정을 나눈다. 서로 공감하는 사이에 그동안 맺혔던 감정의 골이 사라지고 관계가 새롭게 됨을 인식하고, 오늘도 노인의 품위를 스스로 찾는 노인 대화 개론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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