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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인들, 기본을 지킵시다

김용식 회장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
오후 퇴근시간 부산 서면에서 연산동 사이 7분간의 지하철에서 벌어진 한편의 진풍경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노인들의 인격적인 기본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가?’하고 한탄을 하면서 지하철 탑승자의 예의를 비롯하여 도덕적이고 인격적인 기본을 우리 노인들이 잘 지켜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모범을 보여 줄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저녁 8시 이후라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지하철에 탑승하여 우선 노약자석을 보니 3인석에 2명이 앉아 있었는데 일반석에도 자리가 있어서 그리로 가서 앉았다. 통상 내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정도는 노약자석이 비어 있으면 그리로 가서 앉는다. 어떤 이들은 분명히 노인의 나이이면서 자기는 노인이 아니라고 노약자석에 자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석을 고집하여 앉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8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가 큰 노인이 “기본이 틀렸어. 내가 법무부에 근무했는데 사람은 법을 잘 지켜야 해!” 하면서 큰 소리를 내니 고성이 차내를 진동했다. 
그래서 보니 그 노인 옆에 앉은 분이 5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술기운이 조금 있는 듯 했다. 차내에 있던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노약자석으로 집중되었다. “사람이 기본을 지켜야지! 자기 나이를 알아야지! 여긴 경로석이야, 경로석은 몇 살부터 이용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면서 어디 함부로 앉아!” 쩌렁쩌렁한 음성은 더욱 차내를 진동했다. 옆에 앉아 있던 승객이 일어나 노인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나도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어요, 자리가 비어있어서 앉았고 노인이 오면 비켜주면 될 것 아니요”라고 반문하면서 반기를 드니 이제 60대와 80대의 싸움이 욕설싸움으로 비화되고 내 옆에 앉아있던 50대 후반 사람도 “박아 버려요, 그렇게 창피 당하고도 그냥 있나요” 큰 소리에 내가 일어나서 싸우는 분께 “조금 젊은 사람이 져 주세요!” 하면서 말리니 그 노인의 반격은 더욱 거세게 나왔다. 이미 열차는 연산역에 도착하였고 결국 그 두 사람과 내 옆에 있던 세 사람이 엉켜서 금방 사고가 날 것 같은 상황에서 노인은 강제적으로 내려졌고 순간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낯 뜨겁던 장면은 막을 내렸다.
 
어쩌다가 기본을 부르짖는 노인이 자신은 지하철에서 공중도덕이 우선임도 모르면서 나이 적은 사람을 훈계하며 나이가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지 나이를 앞세우고 군림하고자 하는 폭군의 형태는 유교국가로 이어지는 5백 년 이씨조선의 가부장 제도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나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하루하루가 변화되는 세상을 따라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아직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사고로 모든 관계를 지배하려 들면 그것은 노망(老妄)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노인들은 나이를 훈장 삼아 군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정말 성숙한 어른으로서 남은 인생을 정리하고 남은 여정을 내가 갖고 있는 삶의 아름다운 노하우를 전수 해 주는 어르신이 되어야 한다. 

이제 단순히 보던 눈에서 나를 격리시켜 덕이 되지 못하면 안 본 것으로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주위 사람을 배려하여 말하고,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여유로움을 가져야 대우받는 어르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70을 넘고 보니 젊은이들이 모이는 토론회나 모임에서 옛날처럼 매듭을 끊으면서 결론적인 마무리를 주저한다. 

혹시나 나이에 대한 예우 측면에서 옳은 결단이 일그러지면 분명히 노인으로서 고집을 부리는 늙은이로 남을 것 같아서 발언권을 가급적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제 우리는 지는 해이다. 

100세 시대를 산다고 하지만 우리의 연배는 오는 세대에 모범적인 삶의 형태로 그들에게 스스로 존경심이 우러나오도록 더욱 마음의 덕을 쌓아 훈훈한 향기가 어디서든지 풍겨 나오도록 다듬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 대우 받는 어르신의 자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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