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석 논설위원(철학박사/동양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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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논설위원 정동예술단.정동아트센터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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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花)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2000년도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배우로 잘 알려진 영화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화양연화(花樣年花)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 말이다.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꽃들이 있지만 사계절 모두 한날한시에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옛날로 치면 소년급제를 하거나 요즘 아이돌 스타가 되는 것처럼 10대에 꽃을 활짝 피우는가 하면 고인이 되신 고 송해 선생처럼 나이 60이 되어서야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화양연화(花樣年花)처럼 언제 꽃이 피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20대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가 그야말로 피 끓은 청춘이었고 어떤 두려움도 없는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좋았던 이유가 사실 오직 젊었기 때문이다. 이때쯤 무언가 이뤘기 때문이기보다는 그저 피부가 좋았던 팽팽했던 젊은 시절이 좋았기 때문이다.
젊은 청춘이 내 인생에서 무엇 하나 필요 없는 가장 좋았던 때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지금까지 활짝 꽃피는 화양연화(花樣年花)를 아직 겪어 보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인생의 피크를 찍는 전성기를 못 겪었다는 것에 실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화양연화(花樣年花)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 전성기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흥분되고 기대가 되는 내 인생은 아직 화양연화(花樣年花)가 시작도 안 되었다고 하면 매우 기대가 될 것이다. 내 인생의 전성기를 부르는 화양연화(花樣年花)의 비결에 대해 살펴본다.
첫 번째 비결은 누구든 자신이 마음속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못 해본 것을 지금 당장 시작한다. 그것을 못 해보고 이번 생을 마감한다면 정말 한으로 남을 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흔히들 여건이 다 갖추어지면 다음에 하자고 미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평생 못 해본다. 무언가 시작할 여건이 다 갖추어진 때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또 그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이기도 하다.
두 번째 비결은 한 방을 노리지 않는다. 눈떠 보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을 흔히 많이 듣지만 그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정성을 다해 책을 출간할 때는 아주 부푼 기대를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실현되자마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든 것이 금방 실현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일 가능성이 더 높다. 상상과 현실은 언제나 차이가 있다. 한 방을 노리면 금방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꿈에 한발 한발 다가서는 그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세상에 원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다음부터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 비결은 즐긴 사람만이 누린다. 만일 누군가 자신이 60세에 책을 출간했는데 기대가 너무 큰 탓에 세상은 몰라주고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홍보해 주지 않는 친구며 가족들 모두를 원망한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 자신에게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하라고 충언을 한다면 자신의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것처럼 정신이 번쩍 날 것이다. 그냥 책 한 권 쓰고 그냥 날로 먹으려는 심사가 너무 컸던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애를 쓰겠지만 제풀에 꺾여서 포기하여 그 꿈을 못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만이 자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노년을 보내는 모든 분들이 낭만적이고 화려하게 느껴지는 화양연화(花樣年華) 말을 믿고 꿋꿋이 밀고 나가면 그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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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3-02-25 1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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