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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남긴 교훈

박 병 준 (영남본부장)
4.13 총선은 새누리당의 참패로 여소야대 정국으로 돌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선전하고 영남에서도 교두보를 확보했고, 호남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선전하면서 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으로 새로운 3당 체제를 출범시켰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도 못 미치는 대선참패로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구도가 재연돼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이한구표 공천’ 내전 공천살생부 논란, 막말 파문, 진박 마케팅에 ‘직인 파동’까지 선거전 총선 180석 확보란 흰소리로 오만했던 여당과 박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도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떠오른다.
 
또한, 유승민 후보 공천을 끝까지 연기한 해프닝은 여당의 큰 실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텃밭 대구에서 ‘기호 1번’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대구에서는 김부겸(수성 갑), 주호영(수성 을), 홍의락(북 을), 유승민(동구)이 각각 기호 2번, 5번, 6번을 달고 새누리당을 물리쳤다.
 
이유는 대구의 민심을 무시한 공천 파열음으로 인해 투표 연령층의 중심권에 속한 40∼50대의 ‘보수’ 지지층들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안정성에 기대었다면, 이제 새롭게 탈정치화하려는 취업 준비생 20대 자식들에게 지난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 외에는 선택할 대안이 없었지만, 이번 투표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야당과 무소속이라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무작정 새누리당 기호 1번으로 향한 대구의 민심은 분명히 깨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후보 자신이 더 적극적이어야 할 방송토론 출연을 오히려 거부한 후보자도 있어 ‘한국의 현실 정치에서 유권자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속내이자 본심이 아닐까? 생각하니 서글픔이 앞선다. 잘못했다고 무릎 꿇어 사과는 했지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없이 무조건 한 표를 부탁한다고 큰절만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으며 이번 선거에서 냉정하게 표심으로 판결받은 결과가 아닐까 반문한다. 대구뿐 아니라 호남 민심도 똑같은 결과이다.
 
새누리당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와 전주 을의 정운천 후보도 지역 벽을 허물었다. 이유는 후보들이 평소 지역민들을 자주 찾아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가 그대로 표심으로 보답 받았다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모범이라는 미국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라는 ‘막장’ 인물이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의 부정적 모순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대구의 투표율은 17대 총선 이후 가장 높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당선된 수성 갑은 68.2%, 무소속 홍의락 후보의 북구 을 투표율도 55.3%로 대구의 평균 투표율보다 높다. 이는 기대와 변화를 바라는 대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정치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지난날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참패는 어느 한 지역에 쏠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패했다. 그만큼 민심이 현 정부와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결과로서 과반을 자신하던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역에서의 패배라 충격이 크다.
 
수도권의 패배 중 특히 서울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와 충청도, PK로 통하는 부산, 울산, 경남의 민심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조경태 등 두 사람만 야당 당선자를 냈던 부산에서 6명의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당선자가 나왔다. 결과는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부산의 결과도 대구에서 4석을 뺏긴 만큼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5석, 무소속 1석 등 6석을 뺏겨 전체 18석 중 3분의 1인 6석을 내줬다.
 
19대 총선에서 울산의 6개 전 지역 석권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 절반을 무소속에 뺏겨 울산도 대구와 같은 공천 잘못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은 새누리당이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함이 과반 의석 상실 같은 참상을 겪은 선거 결과이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 녹색바람은 새누리당의 ‘국정안정론’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심판론’을 내건 거대 양당에 맞서 ‘양당심판론’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선 국민의당이 창당 3개월여 만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야권 텃밭 광주, 전남과 전북을 휩쓸며 호남의 제1야당으로 수도권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승리한 원인은 국회에서 막말과 갑질, 여·야간 극한 대립으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 속에서 여당은 청와대와의 공천 갈등으로 국민을 실망 시켰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으며 비례대표 명단 뒤집기 등 양당의 행태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발길을 돌리면서 오히려 제3당의 출현으로 앞으로의 정국에 많은 변화와 역할이 기대된다.
 
앞으로 여당과 야당은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어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힘드니 그만큼 국민의당이 부담을 갖고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할 줄 믿는다. 하지만 구성원의 성향이 선거 때문에 급히 모인 극과 극의 정당이라 내부의 노선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당리당략에 얽매여 싸움판 일색이던 구태정치를 일신하겠다고 국민들의 지지 속에 제3당으로 부상한 만큼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으로 결집된 민심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살펴야 할지 고민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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