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너무나 더워서 경산에선 한때 40도를 넘겨 대한민국이 지난 한 달 동안 여름나기가 정말 힘든 하루하루였다.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봐 에어컨은 장식품이 되고 선풍기만 24시간 돌아가는 뜨거운 열풍으로 보낸 서민들은 인심이나 얻을까봐 찔끔 내려주는 정부의 전기료 인하 소식에 더 열이 나는 심정이다.
어느 가정집에서 에어컨을 마음 놓고 가동한다면 분명히 전기료 폭탄이 예상되는 현실에서 엄마들은 아이들하고 씨름하고 남편하고도 갈등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심지어 싸움까지 발생하는 여름나기의 한 풍경이다. 그런데 현명한 어르신과 주부들은 가급적 집에 있는 시간을 줄여 냉방이 빵빵한 이웃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지혜를 갖는데 참으로 대견하다.
그중 하나가 영화보기이다. 65세 이상은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아이들 과자 한 봉지, 학생들 커피 한 잔 값으로 3시간 정도는 시간 보내기가 용이한 것이다. 심지어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은 아예 출근을 그곳으로 하신단다. 식사 한 끼는 백화점에서 점심 겸 저녁으로 해결하고 마트는 24시까지 가동하니 적절하게 구경도 하고 고독한 시간을 잘 이용한다는 정보를 듣고 있다.
우리 집도 더운 날씨에 득을 많이 보았다. 그토록 외출을 싫어하는 아내지만 방학이라 집에 있기가 너무 힘들어 시원한 백화점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카드 할인까지 하면 2인 8,5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동안 본 영화로는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4편을 시간에 구애 없이 더위를 즐기며 보았고 흥행속도가 상승하여 모두가 국민적 사랑을 받은 영화였다.
그중 최근에 본 ‘터널’은 여러면으로 우리에게 남기는 시사점이 많은 시사 고발영화로 지금도 아니 한 시간 뒤에 우리의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의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으로 대한민국의 대표명사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소리에 우리 생명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제4의 권력인 언론이 힘있게 존재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찾아준다는 이유로 갑질 아닌 갑질로 그들의 진리는 국민의 여론을 거짓으로 포장하는 일에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영화 ‘터널’에서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갑질은 정부이고 관료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분명히 국민의 공복이요 심부름꾼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섬김의 철학을 강조하며 맨발로 뛰고 있는 모습에 국민의 박수가 있는 것이고 사랑을 받는 것이다. 어찌하여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투표 시에는 어른들을 잘 섬기겠다고 큰절을 하는 쇼를 하는데 정작 국회의원 배지만 달고 나면 그들의 속에는 어느 선을 잡아야 어느 곳을 쳐다보아야 자기에게 유리 한지 몸보신에 온통 치장을 하니 국민들의 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자기들 잔치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예산이 투입된 제2의 수도 세종시는 속빈 강정처럼 높은 사람은 모두가 국회로 출장가고 낮은 직급의 엘리트 공무원은 목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안일 무사주의로 흐르고 있으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내일의 대한민국이 심히 걱정이 된다. 세계는 하루하루 다르게 치열한 경쟁 속에 내일의 먹거리를 위해 분주히 달리는데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서류 한 장 만들어 밤을 새우고 찾아간 국회에선 하루를 소모하는 비생산적인 업무는 영화 ‘터널’에서 보는 관료들의 모습에서 잘 비교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한 생명은 천하보다 더 귀하다는 신념으로 헌법 10조에 명기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이런 사상을 모든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깊이 명심하고 서민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더욱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