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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눔의 기쁨 이야기

김용식 회장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

참으로 세월은 빠르다.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난 한 해를 아쉬워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2016년도는 생각하기도 싫은 한 해로 기억될 것임으로 마음이 심히 무겁다. 한 여인의 욕심이 끝이 없는 미로를 달려 그동안 쌓아온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국민들의 마음에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그래도 동해의 바다에는 2017년을 알리는 밝은 해가 떠오른다.
 

연말에 분주히 학생들 성적 정리를 마감하고 이제 방학이라는 홀가분한 마음에 영화 ‘마스터’를 보기 위해 지하철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가 캔 커피를 사기 위해 천 원을 넣고 있는데 옆의 일반 커피 박스에서 한 노인이 천 원 지폐로 300원 커피를 사기 위해 몇 번이나 돈을 넣었는데 돈이 다시 돌아 나오자 홧김에 박스를 흔들고 있었다. 순간 내 주머니를 만지니 동전 300원이 있어 드렸더니 커피를 뽑아 드시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때 또 한 노인이 커피 박스에 천 원을 넣고 씨름하면서 발로 차고 욕을 하고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른 노인이 “여기 바꾸어 줄 잔돈 있어”하니 방금 나에게 300원을 받았던 그 노인이 잔돈을 급히 바꾸어 나에게 빚진(?) 300원을 갚고 다시 박스와 싸우는 노인에게 300원을 드리며 “나도 받았으니 드립니다”라고 하였다. 순간의 일이지만 내가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300원의 나눔이 돌아서 전해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집으로 오면서 내가 자주 가는 온천장에 있는 C 목욕탕을 찾았다. 집 근처에 있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온천목욕은 한 달에 2회 정도 간다. 면도를 하고 본격적인 때밀이를 하려는데 옆에 노인 한 분이 힘겹게 때를 밀고 계신다. 문득 어릴 때 김해에서 만덕 고개를 넘어 이곳까지 아버지와 목욕하려고 와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린 추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어르신 옆으로 다가가서 등 때밀이를 자청하였다. 55kg 정도의 왜소한 노인이었는데 얼굴에는 아직도 미소가 있으시고 귀가 어두우신지 대화가 되지를 않고 겨우 85세라는 나이만 알 수 있었다.
 

복지노인시설에서 자원봉사 시 노인들의 목욕을 시켜 드린 적이 있지만 공중목욕탕에서는 처음이다. 서로의 자존심이 있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오늘 나의 작은 배려에서 그 어르신의 흐뭇한 미소가 던져주는 사랑의 화답은 정말 필요한 일을 한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
 

어제는 덕천지하철 만남의 자리 중앙에 구세군 냄비 모금의 종소리가 울리는데 내 주머니를 만져보니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동전 몇 개가 있어 천 원 한 장을 넣고 돌아서는데 한 휠체어를 타고 계신 50대 중년의 여인이 모금 박스로 가더니 2천 원을 넣고 나오는 순간 ‘아차, 내가 너무 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에 어찌할 줄 몰랐다. 저 장애인은 나보다 살기가 어려 울 것인데 당당히 2천 원을 넣는 자신감에 저 여인이 넣은 2천 원은 예수님께서 과부의 엽전 두 닢을 칭찬하셨던 것처럼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받아야 할 분이다.
 

세모를 보내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너무나 감사한 일들이 많다. 먼저 건강하여 아프지 않고 사회생활할 수 있음에 무엇보다 감사하고, 70 넘은 나이에 하루를 계획하고 집을 나올 수 있는 일이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여 옮길 수 있는 능력 주심에 오로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좀 더 여유롭고, 보람차게, 당당하게, 신나게 살아가는 새해가 되어 모든 이들에게 작은 나눔의 실천을 솔선하는 자신이 되기를 다짐하며, 이제 대한민국의 700만 노인들은 년 말 대통령 선거에선 정신을 차리고 주권자로서의 귀중한 참정권을 실행하는 의존이 아닌 자립하는 노인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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