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거나 너무 오래 끌면 그 일에 대한 성의가 없어지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고 오랫 동안 병치레를 겪는다면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말은 아닐 것이다.
과거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어머니가 간병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간병을 여성이나 가족들만의 몫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인구구조와 산업형태의 변화로 가족구조도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족의 형태로 축소되고 있어 ‘가족이 아닌, 내가 아파도’ 간병할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가족 내에서 이루어졌던 전통적인 간병 형태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형태로 변화되었고 이로 인해 드러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먼저, 간병인 고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이다.
2013년 11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고려대의대 안형식 교수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 환자 1인당 간병비용 발생액이 연간 275만 원으로, 환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입원비 부담분 46만 2천 원보다 5배 이상 많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간병인 등 보호자가 필요함에도 포괄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전체의 67.6%나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비와는 달리 간병 부담은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므로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렵사리 고용한 간병인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전문 간병인을 배출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간병인제도를 법제화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해야 자격을 받거나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훈련시스템이 미미한 실정이다. 때문에 비전문 인력의 간병 활동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까지도 발생되곤 한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간병인이나 환자 가족이 없는 병원이 일반적이다.
가까운 일본도 1994년부터 간호인력 중심으로 병원 체계를 개편하고 1997년부터는 개인 간병인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거나 가족이 간호하는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대만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간병인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꼽는다면 열악한 보건의료자원 문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OECD 34개 회원국의 건강상태, 보건의료자원 등을 수치로 담은 「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8명으로 OECD 평균인 9.3명의 절반에 그친다.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처럼 간병인이나 환자가족이 없는 병원을 생각하긴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간병 부담을 낮추고 입원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간병을 입원서비스에 포함해서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병원에서는 간병을 포함한 간호서비스를 병원에서 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의 개인위생, 식사보조 등 기본간호에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전문적인 간호서비스까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입원서비스가 제공되며, 환자의 안전을 위한 병동 환경 개선은 물론 현행 입원료 대신 포괄간호병원 입원료를 지불하게 된다. 그럴 경우 하루 3,800원∼7,450원을 추가부담하면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 입원생활이 가능해진다. 또한, 간호 인력도 2배 수준으로 증원되어 간호사 1명이 관리해야 할 환자가 평균 25명에서 10명∼12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은 2015년부터 국고지원 방식 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하여 지방 중소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서울지역 전문병원, 지방 국립대병원, 전체 공공의료기관 대상으로 확대 추진 중이고, 정부에서는 2018년도까지 전국의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포괄간호서비스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시행까지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책이 잘 마련되어지기를 기대하며, 여느 선진국처럼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간병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