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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논설위원 |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기대 수명이 놀라게 향상되어, 1980년 66.2세에서 2020년 83.5세로 높아졌다. 그러나 나이에 상관없이 고통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건강수명이 더 중요한 것으로, 2020년 기준으로 국내 기대수명은 83.5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66.3세에 불과하여, 17년 동안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늙어 간다는 의미로 9988234의 노래가 더 필요한 우리의 삶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으로 앓다가 죽는 기간은 더 늘어날 전망으로, 노년이 겪는 4고(苦)는 필연적으로 다가오지만, 그중 질병의 고통은 피할 수가 없다.
60세가 넘어가면서 서서히 만성질환이 찾아와 노년기에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게 되고, 많은 약으로 버티어 보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거동이 불편하고, 식사량도 줄어가면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기억력도 떨어져,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겨우 한 달의 병원비를 지불하는 선심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니, 살아 온 세월이 허무해지고 자신을 원망하며 한탄하는 자괴감이 억눌리어 심히 괴로운 노후의 삶이 아닐 수 없다. 죽고 싶을 정도로 돌봄 환경도 열악하고, 때때로 기저귀 착용에 의한 자존감 상실과 수발 인력의 부족으로 손발을 묶어서 신체적 구속까지 당하니, 품위 있는 노후의 삶은 어디 가도 없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현실이다.
시설 입소 후 3개월만 지나면 다리에 근육은 없어지고 휠체어 신세로 점차 누워서 지내는 와상환자가 되어 가면서 마지막 남은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존엄한 죽음에 대한 결정을 선택해야 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되어 소변 줄, 콧줄을 달고 수명을 이어갈 것인지?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존엄한 죽음 권리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접어든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58세 남성 환자가 부인의 요구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하여 살인죄가 선고되고, 2008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할머니 가족이 인공호흡기 착용을 중지하고 연명치료 중단을 헌법 소원한 결과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 이후 2018년 2월에 연명의료 결정 제도가 도입되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이 임박한 경우 작성해둔 사전 의료 의향서 또는 가족 간 합의를 통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고 암 말기 환자는 호스피스 완화치료센터에서 통증 조절과 전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완화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의 통증을 진통제를 처방받아 통증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심리적, 사회적, 영적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에 이용할 수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 병상은 전국 1,478개로 암 사망자 8만 명의 이용률이 23%로, 말기 암 환자 77%는 완화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죽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보호자들의 돌봄 부담도 풀어야 할 숙제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5%로 낮은 수준이지만 간병부담비가 월 2백만 원이 넘어, 호스피스보조활동인력 서비스를 의무 할 필요성을 갖는다.
최근에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 대한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서울대병원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조사 대상 76.3%가 찬성하여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6월 1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이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다. 그 내용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조력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로 조력 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자살 방조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요지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존엄사)을 시행한 지 이제 겨우 4년이 지나면서 ‘환자 개인의 죽음까지 국가가 결정하는 사회는 비민주적으로 존엄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반면 한편에선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 도입은 지나친 비약이다’는 반대론에 지금은 죽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고, 종교, 의학, 법적 논쟁, 윤리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도출함이 시급하다. 나아가 호스피스제도의 확산 실행에 과감한 예산지원과 웰다잉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우선임을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