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모 시민단체 대표로부터 `아름답게 늙는 법'이란 주제로 강의 요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 시민운동을 함께한 그는 40여 년 노인대학을 운영한 나의 강의 소재와 강의를 인정하고 요청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잠깐 망설이다 그의 요청을 거부하였다.
100세 시대에 “멋지게 나이 들고 자랑스러운 노인으로 `아름답게 늙는 법'의 주제에 걸맞은 강의를 제대로 못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년(往年)에 수십 명,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열강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일생을 살아온 내가 부산의 시민 대표들에게 강의할 기회를 거부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노인, 활기찬 노후와 아름답게 늙는 법에 대한 나의 지론을 언론사에 수없는 기고와 수십 년간을 노인대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 노인평생교육 교재발행 등의 내용이 나의 뇌리에서 줄줄이 스쳐갔다. 시민대학에서 강의하지 못한 나의 강의 소재 `아름답게 늙는 법'을 지면으로나마 서술해 보고자 한다.
아름다움의 반대는 추(醜)한 것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울 때 가꾸지 않으면 추하게 된다. 시들어버린 아름다운 장미와 꽃들을 되살리기 어렵듯이 우리 인생 또한 그러하다. 지금의 내가 아름답게 늙어가도록 부단(不斷)한 노력이 필요하다.
1977년에 노인대학을 설립하여 45년 동안 350여 만 명의 노인들에게 `존경받는 어른, 자랑스러운 노인'이 되자는 나의 강의에 많은 노인들이 박수를 보내고 동참하였다. “하나는 여럿을 위하여, 여럿은 하나를 위하여” 구호로 공공심을 갖게 하였다. 간선도로 무단 횡단 금지, 차례 지키기 등의 질서운동과 휴지 버리지 않고 휴지 줍기와 오물 줍기 등 환경보호 활동으로 어른의 위상을 높이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노인대학생들이 솔선수범한 건전한 노인운동에 가족과 주위로부터 존경과 신뢰가 높아갔다. 국경일을 앞두고 태극기 달기와 태극기 그리기, 애국가 4절까지 부르기 등 나라사랑 운동을 통해 노인대학생들은 위풍당당(威風堂堂)하였다. 또한 내면은 물론 외모 관리에도 관심이 많아진 노인대학생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삶에 애착(愛着)이 높아졌다.
늙었다 해도 추한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곱게 늙지 못하면 뻔뻔스러워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면을 가꾸어야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해와 용서, 양보하는 내면을 가꾸어야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으니 늙어도 배워야 한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진리임을 절감하고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은 물론 노우(老友)들과 아름다운 친교가 아름답게 늙어가는 법일 것이다.
1940년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해 교육,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인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 중 필자의 마음에 와닿는 부문(部門)에서 아름답게 늙는 법을 찾아보려 한다. [누구나 세월만으로는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 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하는 열망이 있는 한 그대는 청춘] 이라는 것이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와 같이 아름답게 늙는 것도 추하게 늙는 것도 습관이다. 아름다운 습관으로 100세 시대에 나누고 양보하며, 이해와 관용의 열정적인 마음으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이 젊은이들에게 존경받는 멋진 노년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