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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
현대사회의 고뇌는 인간의 수명이 너무 오래 사는 것이 문제이다. 인생의 삶이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니, 기쁨인지 저주인지 모를 일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80.5, 여자 86.5 평균 83.5세로, 유병 기간 제외한 기대수명은 66.3세로 17.2년의 차이가 건강하지 못하여 시름시름 아픈 상태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오래 살면서 안 아프고 남의 도움 없이 산다면 그 이상 더 행복한 일이 없겠지만, 현실로 돌아가면 우리 주위의 많은 분들이 부모나 배우자의 간병 돌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쳐가고 있어, 여간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이 겹치면서 자녀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캥거루로 살아가는 자녀들이 추가되어, 허리를 펴지 못하는 60대 가장(家長)들의 비애가 가득하다.
특히 최근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 723만 명이 65세로 편입되면서, 그들 앞에 등장하는 복병이 있으니 바로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가 집 안에서 자리 잡고 있고, 갑자기 닥쳐오는 부모의 간병으로 인한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은 피해 갈 수 없는 가운데, 점차 목청소리가 올라가는 아내와의 갈등 속에 이혼이라는 리스크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원의 지난 6월 보고서에 의하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 중이며, 이 중 미혼자녀는 64.1%, 미취업자녀는 43.6%로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50∼60대는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동시에 부모부양도 짊어지는 세대로 부모 세대가 80을 넘어서 건강이 약화되고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으면서 간병(돌봄) 부담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특히 경도 인지장애를 넘어 치매 증상의 부모 돌봄은 자녀의 심신을 망가뜨리는 절망으로 다가오고 만다.
고령자 간병 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에서 부모의 간병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돌봄에 시달린 자녀가, 극단적인 동반자살의 비극적 결말 사례가 716건이 발생하여, 가족 간병의 그 심각성을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워, 모두들 요양원으로 보내서 일생을 마치는 고려장(高麗葬)을 선택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심지어 일본 사회에선 ‘이제는 부모를 버려야 한다’는 시마다 히로미 책이 나오기도 하여 고령화 시대에 과거처럼 부모와 자녀 관계로 인한 직접 돌봄이 ‘함께 쓰러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 대안으로 가족의 돌봄에서 박절하지만 지역사회의 그 기능을 맡기면서 가족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요즈음 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 요양병원, 요양원, 간병인 등 동원 가능한 사회적 지원을 모두 활용하여 가족이 제대로 삶을 영위하면서 돌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50∼60세대가 80∼90 부모를 직접 돌봄에는 한계가 있고, 더욱이 형제가 없거나 있어도 1, 2명 정도라 부모의 간병을 하기엔 무리이다. 따라서 간병의 사회적 지원의 확대와 서비스 질을 올려서, 당사자나 보호자가 만족하는 시설환경의 개선과 돌봄 인력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처우개선에서부터 서비스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요즈음 지역사회에선 ‘노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주간 보호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유치원과 동일하게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지역사회 노인시설로 시간에 따라 경비가 계산되고, 집 앞에 차가 모시러 오고 데려다주는 좋은 제도이다.
일부에선 요양 판정 2등급이 나오는 부모를 무조건 요양원 등 시설로 보내어, 한 달에 불과 45만 원 정도 부담으로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불효자식이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부모는 나를 키워주신 부양의 대상으로 가능한 집에서 돌봄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양원은 고려장이나 마찬가지로 일단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
질병으로 병원으로 전원(轉院) 되는 경우 외에는 그토록 집에 가기를 원하는 부모지만 자식들은 외면하고, 겨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면회로 자기의 몫을 다했다고 한다. 노후 파산 낳는 간병 돌봄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마지막 남은 부모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생을 후회 없는 돌봄으로 자녀들은 인간적 도리를 다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