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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논설위원 사)정동예술단·정동아트센터이사장 |
우리 노인들에게 고독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노인 5명 중 1명이 고독사 될까 봐 염려한다고 한다. 고독사가 두려운 것은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무연고 중 장년층 사망자가 2,802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36%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거나 가족들의 불화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남성은 가부장적인 문화와 강한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여성보다 고독사 위험이 더 높다.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고독사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 노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질환을 가진 분들이 쓸쓸히 고립감을 느끼거나 사회적인 관망이 차단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 속에서 누군가의 보살핌도 없이 살아가는 고립된 노후의 삶을 혼자 외로움 질병 속에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독사의 절반을 고령자가 차지하는데 어느 특별한 사람만이 당하는 것은 아니다. 무연고가 많은 고독사 고령자는 일찍이 가족들로부터 잊혀진 사람들이 많다. 죽음으로 잊혀진 것보다는 생존해 있을 때부터 잊혀진 사람들이 많아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죽어서까지도 기억되지 못한 노인 사망자들은 장례 비용부담을 이유로 시신 인도까지 포기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의 형제요. 부모였을 것이다.
고독사와 관련해서 전국 지자체마다 대책 마련에 나름의 애를 쓰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스마트폰 통 메시지를 보내 ‘읽음’을 확인해 안부를 확인하거나 지자체와 반찬 업체가 서로 협력해서 반찬을 배달하여 혼자 사는 고독사 노인들에게 온기 손길을 전하기도 한다.
또한 고독사 예방보험에 가입하는 제도가 있다. 집주인이 고독사 위기가 우려되는 가구를 관련 지자체에 소개해주면 고독사 발생 시 임대료 손실과 집수리비를 보험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정책과 노력들도 고독사의 근본을 막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역할임을 강조한다. 내 주변을 돌아보는 관심은 필수이고 사회의 정책은 씨실이라면 공동체 의식은 날실이 되어 이들이 서로 맞물릴 때 서로 촘촘한 안전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사느냐 만큼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고독사는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더 이상 쓸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 문제의 핵심 중 여성 노인 빈곤 현상도 중요하다. 통계에 의하면 여성 노인은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10년을 추가로 더 살아가야 하는데 남편의 간호는 대부분 아내가 한다. 그러나 여성은 외롭게 살다가 노후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질병에 시달리게 되면 간호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 노후 준비를 잘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파산 신고자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법원 통계가 나왔다. 고령자가 파산이 많이 나온 이유는 한국인의 특수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자녀에게 집중되는 투자는 노후 빈곤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자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적인 노후라는 이야기인데 자식이 잘되면 본인이 어떤 상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으로 외국과 다르다. 한국인의 가계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40대에 월 지출액 40%를 자녀교육비에 쓰고 50대에는 은퇴자금의 55%를 자녀 결혼비용에 사용한다. 결국 자녀중심문화는 60대 노후의 준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 고독사 문제는 1인 가구 급증과 함께 노인 10명 중 5명(49.6%)의 빈곤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은 자신보다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이런 것은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사회적인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고독사 문제가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에게 심각한데 정부에서는 아직도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의 예방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독사 지킴이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친지 자식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고독한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고독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외로운 사람들이 옛 동네 마실처럼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기관의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정동예술단·정동아트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