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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논설위원 정동예술단.정동아트센터 이사장 |
우리네 인생도 운동할 때처럼 균형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5∼60대 노년에 들어섰다면 균형감각을 되찾으려 하는 시기이다. 그 이유는 애초에 우리에게는 균형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은 과연 내가 균형감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그저 사회에서 버티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지워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긴 시간을 회고해 본다면 우리들은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살려고 노력할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그때가 바로 결혼해서 신혼이었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면서 경제, 건강, 인간관계 모든 면에서 두루두루 이 세상 최고의 배우자로 살 것을 약속하고 다짐했을 것이다. 여기에 양가 부모님께 효도를 다해 좋은 자식으로 거듭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지기까지 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제 세상 탓일까. 유혹이 너무 강한 탓일까. 혹은 굳게 마음 다짐했던 마음이 느슨해진 탓일까. 우리는 어느새 균형감각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채 이것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살아왔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 왔으니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되어버리고 아내는 애들이 다 건사했으니 됐다는 식이다. 어디에도 신혼 시절 결심했던 균형감각은 없다. 그렇다면 노년에 접어든 지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균형감각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후에 되찾아야 할 첫 번째 인생 균형은 인간관계의 선택과 집중이 아닌가 싶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우리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지만 모두에게 잘하고만 살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감정소비가 큰 것이 아니다. 친하고 가까운 관계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상처를 내고 미워하게 되는 관계들이 있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가까울수록 더 큰 상처를 낸다. 오해를 풀고 상처를 치유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관계에 연연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계속 입기보다는 그만 정리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 대신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정성을 들여야 되는 관계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우리가 나이 들어 노후를 맞이하면서 무덤덤하고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기고 방치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배우자만큼 좋은 친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도 길어진다. 나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배우자이다. 서로 부족한 점을 가지고 다투는 것보다는 이제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상대의 부족함을 메워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자와의 친밀감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배우자와의 무덤덤한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노년의 행복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후에 되찾아야 할 두 번째는 인생의 균형 잡힌 몸매이다. 균형 잡힌 몸매는 자기관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에 척도가 된다. 건강이 최고라고 하는데도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것도 우리의 일상이다. 흔히 친구들을 만나는데 음주가 없으면 친교를 맺을 수 없고 몸매를 보면은 그저 항아리처럼 몸매가 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른 몸매에 가슴은 앙상하고 배만 볼록 나온 호리병 같은 몸매의 남성이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음주를 줄이고 금연으로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여전히 마음이야 청춘이라고 하겠지만 운동으로 청춘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노후에 되찾아야 할 인생 균형 세 번째는 새로운 목표이다.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인생은 허무해지기 마련이다. 인생이 덧없다 허무하다고 말한 사람치고 뚜렷한 목표 인생철학 그리고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긴 인생을 살다 보면 사는 게 이게 뭔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노년을 맞이할수록 설사 지금까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하더라도 100세 인생을 위해서는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돈이나 물질적인 성공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나답게 살기 위한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
인생의 균형은 따로 떨어진 별개가 아니라 서로 깊이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한다. 남은 노년을 위해서 인생의 균형을 회복하여 덧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