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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논설위원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
인간의 수명이 점점 100세 시대로 가고 있어 모두들 축복받는 오랜 삶을 기대하고 노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않고 병으로 마지못한 목숨을 긴 호스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안타깝게 살아가는 병상의 환자들을 많이 보고 있다.
웰·에이징 강의 시 자주 나오는 9988234의 의미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인생을 기도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우리의 귀한 생명이다. 지난 4월 현미 가수는 86세로 전날까지 왕성한 지방공연을 마치고 새벽에 심장질환으로 운명한 것은, 신(神)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솔직한 요즈음 노인들의 심정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다가 마지막 가는 길은 순서도 없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갈지를 몰라, 아무리 권력 있고 돈이 많아 부귀영화를 누린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하늘에서 부르면 거역 못 하고 돌아간다. 천상병 시인의 노래처럼 저녁노을이 지면 소풍 갔던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듯이 불노초(不老草)를 구하려던 ‘진시황제’도 50세로, 한때 그리스를 넘어 인도까지 중동(中東)을 호령하던 ‘알렉산더’ 왕도 33세 젊은 나이로 가고 말았으니, 죽음 앞에는 나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죽음이 그리 순탄치 못하여 오랜 기간 동안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모든 재산을 쏟아붓고, 삶의 기본인 숨쉬기도 어려워 링거 호스 끝을 놓지 못하면서 장기간 병상에 있는 환자들, 인간으로서 존엄은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된 환자를 어떻게 마지막을 보내어 드리는 것이 현명한 답일까? 고민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비하여 우리나라도 존엄사법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 사람이 160만 명이 넘어서고, 입원 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가족 동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요즈음 유럽을 중심으로 안락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하는 국가가 많아져 간다. 그들은 ‘안락사는 존엄한 죽음이 기본권’이라 말하며 안락사를 합법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안락의 유형에는 적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 조력자살로 구분되는데, 적극적 안락사란 의식이 있는 환자 스스로의 결정으로 의료진이 약물이나 주사로 죽음에 이르게 함이고, 소극적 안락사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 등 타인의 결정으로 의료진이 의학적 조치를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해 죽음에 이르게 함이고, 조력자살은 의료진에게서 받은 약물이나 주사 등을 환자 스스로 투여해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안락사가 증가하면 하늘이 주신 생명존엄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시 사상이 증가되어, 장애인이나 취약 계층 환자들이 안락사를 선택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치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권리를 인간의 기본 권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이 뜨겁게 안락사에 대한 논쟁의 한가운데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유교적 영향을 받은 전통적 사고로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다’는 의식이 강하여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완화의료제도와 호스피스제도부터 우선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종할 때 고통을 완화하는 호스피스제도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에서 완화치료가 필요한 환자 10명 가운데 1명꼴로 완화치료를 받고 있다. 소생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큰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엄격한 조건을 거쳐 치료를 중단하고 진통제를 맞으며, 완화의료병원이나 환자의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안락사란 단어가 우리 곁에 떠오르는 요즈음, 의료조력 자살에 대한 76.3%가 찬성하여 안규백 의원이 ‘조력존엄사법’을 발의 중이다. 진정한 자신의 입장에서 결정할 권리를 제3자에 의해 결정되는 오류와 또한 생명의 귀함을 미리 포기하는 어리석음에 동조하는 방관은 정말 씻을 수 없는 죄(罪)를 자청하는 것이다.
인간적 생명기본권 확립을 위해 호스피스에 대한 질 높은 정책과 우리 국민들이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