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술은 1군 발암물질이고,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해를 끼치므로, 건강과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술은 혈액순환에 좋으며,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잘못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는 건강에 좋은 음주량을 의미하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도 있었다.
또한 ‘포도주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멋진 표현을 쓰면서 포도주를 맛보는 고급 사교모임들도 있다. TV나 신문에는 가끔 막걸리나 포도주에 좋은 항산화물이 들어 있다는 주류회사의 주장들도 보도되곤 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약간의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개념부터 들여다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술을 한 잔도 안 마시는 것보다 술을 약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말은 거짓이다.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이 심혈관질환을 약간 줄이는 효과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과장되고 왜곡된 연구 결과이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들 그룹에는 암이나 간경화로 인해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그룹의 건강이 더 나쁜 것처럼 왜곡되었던 것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한 잔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두 잔을 마시면 더 높아진다.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사망률은 직선적으로 계속 높아진다. 이것은 담배를 한 개비도 안 피는 사람의 건강이 가장 좋고, 흡연량이 늘수록 계속 나빠지는 담배의 해로움과 똑같은 양상이다.
과거에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이 건강에 좋은 음주량을 의미하여 국제암연구기금에서도 남자는 하루 두 잔까지, 여자는 하루 한 잔까지 허용하였지만, 지금은 그런 허용 기준은 사라졌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도 적정 음주량은 제로(0)라고 선언했다.
술이 건강에 나쁜 이유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술을 1군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1군이라는 의미는 인간에게 명백한 발암성이 입증되었다는 뜻이다.
술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을 일으킨다.
하루에 알코올 50g을 마시는 경우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률이 5배 높아지고 대장암은 4배 높아진다.
만약 흡연까지 한다면 알코올과 상승효과를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
또한, 음주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고혈압을 일으킨다. 하루 평균 남성이 31g 이상(약 소주 3잔), 여성이 21g 이상(약 소주 2잔)의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도한 음주는 영양 결핍과 수면장애를 일으키며, 우울감과 자살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음주로 인해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 교통사고, 낙상, 동사 등의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가정폭력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술이 지방간, 간경화, 간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더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음주 행태]
전 세계에서 약 20억 명의 성인이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며, 평균적으로 하루 13g의 알코올을 섭취한다(술 한 잔가량). 현재 우리나라 음주 인구는 2천5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21년에 연간 7.7L로 OECD 평균 8.6L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성인 중 남성 70.5%, 여성 51.2%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를 한다. 이 중 고위험 음주 유형이 14%를 차지하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3배 이상 높다.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 청소년의 15.0%, 여자 청소년의 10.9%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 경험이 있으며, 5.6%가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술의 위험성은 가격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섭취하는 알코올의 양에 비례하며, 특히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 여성, 임신 중인 경우에는 더욱 위험하다.”
술의 해로움은 가격이 비싸든 싸든, 종류가 막걸리든 포도주든 상관없이 마시는 순수 알코올의 양에 비례한다. 따라서 진실은 간단하다. 많이 마실수록 해롭다.
한국인 중에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술을 마실 경우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처리하지 못해 다른 사람보다 암 발생과 간경변의 위험이 더 크다.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보다 암이나, 간경화, 뇌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음주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한다. 임신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태어나는 아이에게 태아알코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뇌가 작은 소뇌증이 발생하고, 뇌의 발달 미숙으로 판단력과 사고력이 떨어져 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저체중이나 미숙아로 태어날 가능성도 크다.
술은 중추신경을 억제한다. 저농도(0.05%)에서도 사고나 판단과 같은 섬세한 기능이 장해를 받고,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진다. 일반적으로 그다지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음주량도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술에서 깬 후에 지적 기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알코올은 저농도에서도 뇌의 온도조절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춥거나 더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고 심한 활동을 하거나, 추운 환경에서 잠을 자는 등의 행동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술은 한 잔도 권장할 수 없지만, 마시더라도 안전하게 집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만 마셔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건배사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음주 습관에 잘못된 것이 바로 건배사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행사를 할 때 모두들 술잔을 가득 채우고 부딪히며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술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사 문화이다.
건강을 지켜야 기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므로, 발암물질을 모두에게 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굳이 서로를 위해 구호가 필요하다면, 건강에 좋은 맑은 생수를 부딪치며 외치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음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과 캐나다의 엄격해진 가이드라인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새로운 음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암예방가이드라인은 ‘술 종류에 상관없이 음주량을 줄이고,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암 예방에 더 좋다’고 개정했다.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암 발생 위험도가 커지고, 그 해로움은 주종에 상관없이 나타나며, 음주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은 하루 한 잔 이내의 소량 음주에서도 나타나므로 암 발생에 있어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2014년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2011년에는 여성에게 일주일 10잔 이하의 음주, 남성에게 15잔 이하의 음주를 권장했었지만, 2023년 가이드라인은 ‘건강한 성인 기준 일주일에 2잔 이하로 마실 경우 위험성이 비교적 낮지만, 3∼6잔을 마시면 유방암·결장암 등을 포함한 일부 암질환 위험이 높아지며, 6잔을 초과해서 마시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주일 주량과 관계없이 하루에 2잔 이상 마시면 안 된다’고 권고한다. ‘한 잔’의 기준은 맥주 약 350ml(알코올 4.5%), 와인 약 150ml(알코올 12%) 등으로 규정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음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미 국립암센터는 암예방 십대 수칙에서 소량의 음주도 피하도록 권장한 바 있다.
더 이상 술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이 손상되기 전에, 우리나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음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술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자료 제공 : 질병관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