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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수필가) |
초고령 사회는 만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2023년 UN 인구청 발표에 의하면 초고령 사회에 해당하는 나라는 모나코, 일본, 이탈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독일,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을 비롯하여 22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2025년 초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노인이 많아져서 여러 가지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개인의 건강 문제가 삶의 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 병에 걸리면 의료비용의 지출도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운동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음악도 크레식을 좋아하고 혼자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건강 검진을 했는데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가 경계라며 의사 선생님이 운동을 권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운동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빠른 걸음으로 대공원 정문에 들어서면 상쾌한 아침 공기가 신선하다. 공원 광장에는 오늘도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를 반긴다.
“왕자님! 여우야 안녕…”
손을 흔들어 주고 숲길로 접어든다. 눈에 들어오는 푸른 잔디와 개망초의 하얀 꽃이 나를 반긴다. 눈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저만치 앞서가는 몇 사람, 내 뒤를 따라 오는 발소리가 경쾌하다. 난생처음 본 얼굴들이지만 늘 만나온 사람들처럼 반갑다. 양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는 이들도 있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길로 접어든다. 나무가 뿜어내는 싱그러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공기의 맛이 맛난 과일처럼 상큼하다. 왼쪽 숲속에 황톳길이 있다. 양말을 벗고 황톳길을 걷는다. 맨발에 닿는 황토의 보드라운 감촉이 좋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흙밭에서 놀던 잠재적인 기억 때문에 흙의 감촉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아내가 다리를 절룩거린다, 남편이 아내의 보폭에 맞추어 걷고 있다. 부부의 진가는 한쪽이 건강하지 못할 때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이 정답다. 따뜻함이 내게까지 전해졌다.
미니 축구장에 닿았다.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싱그럽다. 건너편 배드민턴장에도 복식으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건너온다. 왼쪽 숲속에서 산비둘기가 짝을 부르는 소리가 아련하다. 축구장 옆길을 따라 사람들이 걷고 있다. 나도 사람들과 합류에 걷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밀고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한쪽 다리가 불편한 남자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걷고 있다. 그분을 이곳에서 본 것이 여러 달 전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걷는 걸음걸이가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분의 노력에 손뼉을 쳐 주고 싶었다.
초고령 사회를 앞에 놓고 사람들의 관심사도 단연 건강이다.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뇌졸중과 치매라고 한다. 요즘 들어 공원에도 부쩍 운동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다.
지방에 사는 친구들도 파크 골프를 치고 있다고 한다. 자치단체에서 사람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할 수 있도록 둘레길을 만들고 골프장도 조성했다고 한다. 문화 센터, 주민 센터에는 사람들이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나도 고령화의 대열에 들어섰다. 정신 건강과 몸의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것도 나이 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이다. 운동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몸에 군살이 빠지고 몸놀림도 가벼워졌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하다.
아직 운동의 맛을 모른다면 오늘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 시대를 함께 발맞추어 살아 내는 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다. 누군가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이다.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마지막까지 건강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