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 률 (부산노인복지진흥회장)
일전에 향우회 참석을 위해 서면역에서 다대포까지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오랜만에 선후배를 만난다는 기대 속에 빠르고 시원한 지하철은 너무도 편리하고 좋았다.
그런데 지하철의 타고 있는 노인들 중에 한 분이 유독 기력이 없고 세상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그리고 멍하게 차창만을 바라보는 눈길은 삶을 포기한 듯했다.
또한 앞 좌석 70대의 두 할머니는 병원 갔던 이야기로 지하철 여섯 정류소를 통과시킨다. 조금 전에 먹었던 혈압약을 잊어버리고 또 먹었다는 것과 물리치료 받은 이야기들이다. 또 다른 70대에 5∼6명의 동창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담소와 웃음으로 가득했다. 이러한 기력 없는 노인들의 모습이 지하철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와 공원 벤치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실버들이여! 파이팅하시라. 세상이 달라지고 역할이 없어졌다고 인생까지 포기하시렵니까? 세계에서 제일 가난했던 이 나라를 열 번째 잘사는 나라로 일으키어 세운 역전의 용사들이여 파이팅하시라!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과 피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였으며 일제의 압박과 6·25전쟁을 이겨냈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릿고개를 넘기며 다자녀들을 고등교육을 시켜 나라의 동량으로 키운 이 나라의 공로자인 영웅들이여! 우리가 젊은 시절의 생활 도구였던 호미와 삽, 지게 등은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고, 강과 바다가 육지가 되고 산과 육지가 강과 호수가 된 세상, 기적을 만들어 낸 영원한 역전의 용사의 자부심으로 당당하고 활기차게 사시라.
실버들이여! 사랑하시라. 젊을 때의 불타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좋다. 찬란했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여유작작한 삶으로 활기찬 노년을 즐기시라.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의 의욕을 갖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사랑, 그것이 남녀가 아니라도 좋다. 전화하고 문자·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 또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사랑이다. 마을의 휴지 한 장 줍는 것과 약자를 위하는 마음도 사랑이며, 꽃밭과 텃밭에서 자연의 순리를 다시 터득하는 사랑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신 바람나게 한다.
실버들이여! 봉사하시라.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사업은 봉사라 했습니다. 이기심을 벗어나 이타심으로 봉사하시라. 분단 70여 년의 상처를 안고도 성공적으로 개최 한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에서 서포터즈로 국제행사를 성공시킨 대한민국의 역전의 용사들이여! 목이 아프도록 ‘대한민국’을 외친 그날의 환희를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자랑스러운 우리의 후손과 대한민국을 위하여 봉사하시라. 배타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웃과 마을, 그리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눈길과 보살핌과 병약한 친구들에게 건강의 용기를 주는 사랑으로 사시라.
그리고 복지관과 노인대학의 많은 프로그램 중에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시라. 노년의 동년배와 선후배 학우들과 함께하시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과거를 자랑하지 마시라. 옛날이야기 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면서 봉사하시라. 요사이 회자되는 혼 라이프에 빠지지 마시라! 어울리고 즐기시라, 그리고 사랑하고 봉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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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7-25 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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